삼복의 한 가운데
그것도
한낮의 작열하는 태양아래
토요일 점심시간이 끝나갈 즈음이었다.
가슴팍과 모자에 작대기 두개를 단 지 몇 달째.
곧세 개를 눈 앞에 둔 일병 오나두.
각 잡히는 폼새의 군인티가 완연하게
칼같이 내무반 정리를 하고 있었다.
오후 1시
내무반 선임의 집합명령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빠른시간내에 점심을 해결하고
일병계급장을 단 무리들은
짬밥순으로
각자가 해야할 일들을
바지런히 해내고 있었다.
12시 55분
군화까지 반짝반짝 광을 내 놓고
모든 정리를 마친 내무반원들은
침상끝에 일렬로
완벽한 군인자세를 유지하고 앉았다.
상병선임의 보고와 함께 집합이 시작되었다.
"점심들 잘 먹었나?"
"예..그렇습니다."
저음의 굵직한 내무반장의 목소리와는 달리
우렁찬 대답소리에는
오래된 내무반 막사의 지붕이
내려앉지나 않을지 걱정이었다.
"1시30분까지 연병장에 집합한다.
2내무반이 축구시합 도전을 해 왔다.
이번에도 무조건 이겨야된다.
군인에겐 패배란 없다.
알겠나?"
"예..알겠습니다."
대답은 완벽하게 하지만
그나마 조금 여유가 있는
토요일 오후부터의 휴식이
완전히 부서져 버리는 순간이었다.
거기다가 만약
축구시합에 지기라도 한다면
끝장인 셈이었다.
"상병선임은 근무조 확인하고 선수선발하도록....이상!!"
"예...알겠습니다. 단결! 할 수 있습니다. 집합 끝!!"
곧이어 상병이하 계급장들은
2,4종 창고뒤로 재집합 하였다.
내무반 집합의 자연스런 수순인 것이었다.
"오나두"
"일병 오나두"
"김00"
"상병 김00"
"홍00"
"상병 홍00"
"배00"
"일병 배00"
.
.
.
.
.
계급순으로
상병부터 먼저부르지 않고
<오나두>일병부터 호명한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이등병때부터
축구시합에는
한 번도 빠져 본 적이 없는
<오나두>였던 것이다.
상병선임의 순서가 끝나고
일병선임의 지시가 이어졌다.
항상 그렇지만
일병선임의 지시는
아주 신속하고 구체적이었다.
식수통과 컵 하나까지도
일일이
역할을분담하여
챙기게 만들고 나서야
내무반 앞에
2열종대로 헤쳐모이게 만들었다.
일병과 상병들이 2열종대로 모여
준비가 다 끝나자
몇몇의 병장들도 뒤이어
종대의 끝자락을 뱀꼬리마냥 잡고 이어줬다.
그 사이 내무반장은
당직을 서고 계시던
인사계님께 간단히 보고를 끝내고 나왔다.
그런데....
연병장을 향하여
한 500미터쯤 진행하고 있을 때 쯤
뒤 쪽에서
급하게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인사계님이셨다.
"오나두"
"일병 오나두"
"면회다"
예상치 못한
인사계님의 말씀에 놀란것은
당사자인 <오나두>일병만이
아니었다.
"예?????? 면회 말씀이십니까?"
저음의 굵직한 목소리이던
내무반장의 목소리가 날카롭게 올라갔다.
"저 녀석 없으면 안 되는데...."
내무반장의 근심어린 목소리가 이어졌다.
그러나 아무리
군대와 축구가 중요하다해도
강원도 산골
그것도 민통선으로부터도
한참 깊숙히 들어와 있는
오지의 부대에서
<면회>란
내무반장도 어쩔 수 없는
聖스러운 절대불가침의 영역중에 하나였다.
더군다나 더욱 놀란 건 오나두일병 자신이었다.
"면회 올 사람이 없는데 말입니다."
"여잔데....J라고 하는 여자 모르냐?"
"예?????? 여자란 말씀이십니까????"
"그렇다니깐 짜슥이....빨랑 준비해서 외박증 받아 나가도록 해!!"
그 말에 제일 놀란 건
당연히 오나두일병이었고...
2열종대의 내무반원들은
부러움과 놀라움의 눈을 뜨고
가만히 쳐다만 볼 뿐이었다.